ESG와 HR의 연관성, 지속가능 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

“지속가능한 성장은 인사 전략에서 시작된다.” ESG 시대, 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은 바로 인재와 조직문화다. 이번 호에서는 ESG와 HR의 통합이 어떻게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지, 실제 국내외 사례를 통해 깊이 들여다본다.
인적자원관리(HR)는 ESG 실행의 핵심으로, 채용·보상에 ESG를 반영하고 D&I·윤리·친환경 활동으로 직원 참여를 이끈다. [사진=셔터스톡]
ESG 경영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 그리고 사회적 책임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 그중에서도 인적자원관리(HR)는 ESG의 실질적 실행력을 좌우하는 중심축이다.
인재 확보와 육성, 조직문화 혁신, 다양성과 포용성 증진, 직원 참여 활성화 등 HR의 모든 영역이 ESG 성과와 직결된다. 최근에는 글로벌 대기업뿐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도 ESG와 HR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전통적인 인사 관리는 채용, 평가, 보상 등 인력 운영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ESG 경영이 보편화되면서 인사 관리의 역할은 한층 확장되고 있다. HR은 이제 환경적 책임, 사회적 가치, 투명한 지배구조와 맞물려야 한다.
인재 확보, 역량 개발, 윤리경영, 다양성 증진 등은 모두 ESG 목표 달성의 핵심 수단이다. ESG 성과는 결국 사람을 통해 구현되므로, HR 전략과 ESG 전략의 통합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다.
채용 단계부터 ESG 가치를 반영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친환경 경영에 대한 이해와 실천 의지를 평가하거나, 다양성과 포용성을 중시하는 인재를 우대한다. 승진·평가·보상 체계에도 ESG 성과가 반영되어야 한다.
윤리경영과 인권경영은 인사 정책의 기본 원칙이 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컴플라이언스(내부통제) 교육, 내부고발 시스템, 공정한 평가제도 등이 강화된다. ESG 목표와 인사 KPI를 연계해 성과 관리의 객관성과 투명성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ESG를 중심에 둔 유니레버의 경영 전략
유니레버는 전 세계 190여 개국에 400여 개 브랜드를 보유한 글로벌 생활용품 기업이다. 2010년 ‘Unilever Sustainable Living Plan(USLP)’을 발표하며, ESG와 인적자원관리의 통합을 선도적으로 실천해왔다.
USLP의 핵심 목표는 사업 성장과 환경 발자국의 분리, 사회적 가치 창출, 공급망과 직원의 역량 강화에 있다. 이 전략은 단순한 친환경 캠페인을 넘어 인사 관리의 모든 영역에 ESG를 내재화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유니레버는 ‘Future Fit’ 프레임워크를 도입해 인재의 역량뿐 아니라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식과 실천을 평가·육성한다. 채용 단계에서부터 ESG 가치에 공감하는 인재를 우대하고, 입사 후에는 전 직원 대상 지속가능성 교육을 실시한다.
2019년 이후에는 전 세계 임직원을 대상으로 ‘Purpose Workshops’을 운영, 각자의 업무가 사회·환경에 미치는 영향과 개인의 목적 의식을 연결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실제로 93%의 직원이 “유니레버의 지속가능성 전략이 업무 몰입과 동기 부여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ESG 목표 달성은 경영진뿐 아니라 중간관리자, 실무자 평가와 보상에도 직접 반영된다. 예를 들어, 여성 임원 비율 확대, 친환경 제품 매출 증대, 공급망 인권 리스크 개선 등 구체적 목표가 인사평가의 핵심 지표로 작동한다.
2020년 기준, 유니레버는 여성 임원 비율을 50% 가까이 달성했고, 지속가능 브랜드의 매출이 전체 매출 성장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공급망 전반에 걸쳐 ‘Living Wage(생활임금)’ 정책을 도입해 2030년까지 모든 협력사 직원이 최소한의 생활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인권침해, 강제노동, 차별 등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과 교육도 강화했다.
이러한 ESG-HR 전략은 브랜드 신뢰도, 우수 인재 유치, 직원 유지율, 조직몰입도, 혁신성과 등에서 뚜렷한 성과로 이어졌다. 유니레버는 목적 기반 경영을 통해 밀레니얼·Z세대 인재에게 꿈의 직장으로 꼽히며, 최근 3년간 지속가능 브랜드의 매출이 34% 성장했고, 직원 몰입도 56% 상승, 이직률 감소 등 실질적 지표 개선을 입증했다.
<표 1> 유니레버 내부 인재 마켓플레이스 사례 요약
ESG 기반 HR 혁신, 국내외 기업 사례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양성과 포용을 핵심 가치로 삼아 ESG와 HR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이사회 구성원의 50% 이상이 소수자 또는 여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사평가와 보상 시스템에 다양성 실천 지표를 연동하고 있다.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연 1회 ‘포용성 교육’을 실시하며, LGBTQ+(성소수자를 아우르는 용어) 권리 보장과 차별 없는 근로 환경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ESG 보고서에는 다양성 지표와 개선 목표를 투명하게 공개해 이해관계자와 신뢰를 쌓고 있다.
P&G는 ESG 목표를 인사 전략의 전 과정에 통합하고 있다. ‘ESG 전략실’과 ‘HR 전략실’이 긴밀하게 협업하여, 직원 교육, 보상, 채용 정책 등에 ESG 기준을 반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지속가능한 제품 개발에 기여한 직원은 성과보상에서 우대받으며, 여성 리더 비중 50% 목표 달성을 위해 전 세계 지사에서 맞춤형 채용·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2023년에는 ESG 지표가 성과평가 및 임원 인센티브에 직접 반영되는 체계를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ESG 경영을 위해 인권·노동·다양성·포용성(D&I) 정책을 전사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글로벌 노동인권위원회,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오피스, 공급망 협력센터 등 조직을 신설해, 공급망 내 모든 근로자에 대한 인권 보호, 공정한 채용·임금·승진 체계, 차별금지, 안전보건, 윤리경영을 체계적으로 실천한다.
협력사 대상 인권·노동 기준 교육, 익명 신고 시스템, 부당노동행위·차별·성희롱 등 리스크 발생 시 즉각적인 시정조치, 피해자 보호, 재발방지 교육을 시행한다.
여성·장애인·다문화 인재 채용 확대, 임직원 대상 DEI 교육, 사내 Employee Resource Group(ERG) 운영, 글로벌 DEI 캠페인 등으로 조직문화 혁신을 추진한다. ESG 목표 달성도 임원·관리자 평가에 반영되며, DEI·인권·윤리경영 실적이 보상과 승진에 연결된다.
강릉의 식품제조업체 동림푸드는 정년 연장, 지역주민 우선 채용, 지역사회 봉사활동, 지역 농산물 우선 구매 등 지역사회와 상생하는 인사정책을 실천한다. 노사 소통과 맞춤형 복지제도를 통해 직원 만족도와 조직 몰입을 높였고, 대기업 납품, PB상품 출시, 해외시장 진출 등 실질적 성과를 거뒀다.
특수지관 제조업체 ㈜청우코아는 가족상황 맞춤 복지, 사옥·기숙사 개축, 포용적 인사정책을 도입했다. 이직률·산업재해율 감소, 생산성 향상, 불량률 감소 등 긍정적 조직문화 효과를 경험했다.
서울경제진흥원 선정 스타트업(스탠스, 그린웨어, 이해라이프스타일 등)은 친환경 제품 개발, 다양성 존중 조직문화, 임직원 복지 강화, 사회공헌 활동 등 다양한 참여형 ESG 프로그램을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ESG와 HR의 통합이 만드는 미래 경쟁력
다양성은 성별, 연령, 인종, 장애, 국적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재를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포용성은 이러한 다양성을 존중하고, 모든 직원이 조직 내에서 공평하게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ESG 평가에서 D&I는 중요한 사회적 지표로 자리 잡았으며, 투자자와 규제 기관의 요구도 강화되고 있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높은 기업은 혁신력, 문제해결력, 시장 대응력에서 우위를 점한다는 연구 결과도 꾸준히 발표되고 있다.
채용, 승진, 임금, 근무환경 등 HR의 모든 영역에서 다양성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 젠더 균형, 장애인 고용, 연령 다양성 확대, 문화적 포용성 증진을 위한 교육과 캠페인도 필수이다.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D&I 가치를 공유하고, 차별 없는 조직문화를 구축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가 D&I 정책을 선도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양한 인재 채용과 포용적 리더십 개발을 통해 여성 및 소수자 비율을 꾸준히 증가시키고 있다.
국내에서는 SK와 CJ가 D&I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여성 및 소수자 채용 확대, 공정한 평가체계 도입, 유연근무제 운영 등으로 긍정적 성과를 내고 있다.
직원 참여는 ESG 성과와 직결된다. 직원이 ESG 목표와 가치를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실천할 때, 조직 전체의 지속가능성이 강화된다.
직원 참여는 조직문화 개선, 이직률 감소, 혁신 촉진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ESG 실천이 브랜드 가치와 평판을 높여 우수 인재 유치, 직원 유지율 증가, 조직몰입·직무성과 향상에 기여한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가 있다.
사내 친환경 캠페인, 사회공헌 활동, 윤리경영 실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직원 제안제도, 자발적 ESG 프로젝트, 리더십 개발 프로그램도 실질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디지털 플랫폼(사내 앱, 챗봇 등)을 활용해 참여를 촉진할 수도 있다.
직원 참여 확대는 조직문화 변화와 직원 만족도 향상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실효성 확보를 위해서는 리더십의 적극적 지원, 명확한 평가체계, 지속적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실패 사례를 분석하고 극복 전략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다.
국내 중소기업 ㈜유진테크, ㈜코미코, 주식회사 신우 등은 대기업과 협력하며 SHE(안전·보건·환경) 포털을 통한 ESG 리스크 관리, 친환경 포장재·재활용 용기 개발 등으로 직원 참여와 조직문화 혁신을 동시에 실현하고 있다.
ESG와 인적자원관리는 분리할 수 없는 관계이다. 통합적 접근이 기업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다. 다양성과 포용성 강화, 직원 참여 활성화는 ESG 경영의 성공 열쇠이다.
국내외 다양한 사례에서 보듯, ESG 기반 HR 전략은 조직문화 혁신과 시장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모두 ESG와 HR의 연계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
특히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도 맞춤형 D&I 정책, 참여형 ESG 프로그램, 포용적 조직문화 실천을 통해 ESG 경영의 실질적 효과를 경험하고 있다. 앞으로도 ESG와 HR의 전략적 통합이 기업의 성장과 사회적 책임 실현을 이끄는 중요한 동력이 될 것이다.
현창호 한국표준협회 전문위원·티오에스씨 이사
본 글은 미디어스트리트의 품질 그리고 창의 2025년 8월호에서 발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