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ESG 경영이 기업의 지속가능성과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평가 방법과 인증 제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ESG 평가의 주요 지표와 방법론, 대표적인 국내외 인증 제도를 살펴본다.
국제 인증은 ESG 경영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이며, 투자자 신뢰 확보, 해외 진출, 리스크 관리, 내부 개선 등에 기여한다. [사진=셔터스톡]
ESG 평가는 환경(E), 사회(S), 지배구조(G) 세 분야의 성과를 정량적·정성적으로 측정한다. 평가기관마다 세부 지표와 가중치, 평가 방식에 차이가 있지만, 대체로 <표 1>과 같은 요소를 중심으로 평가가 이루어진다. 환경(E) 지표부터 살펴보자. 우선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Scope 1(직접 배출), Scope 2(간접 배출), Scope 3(기타 간접 배출)로 구분하여 측정한다.
정량적 평가는 총 배출량과 매출 또는 생산량 대비 배출량(탄소배출 강도)으로, 정성적 평가는 저감 목표 설정 및 달성 여부, 관리 시스템의 효과성 등을 기준으로 한다. 업계 평균 및 국제 기준과의 비교, 데이터의 투명성·외부 검증 여부도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간주된다. 에너지 소비량의 경우, 총 에너지 사용량, 재생에너지 비율, 에너지 효율화 노력 등이 주요 지표에 포함된다. 에너지 절감 정책, 친환경 에너지 도입 실적 등도 정성적으로 평가된다.
사회(S) 지표로는 먼저 임금, 복리후생, 근무환경, 다양성·포용성, 안전관리, 인재 개발 등 직원 복지 수준이 평가 대상이다. 직원 만족도 조사, 이직률, 성별·연령별 다양성 지표 등도 활용된다. 지역사회 공헌 활동에는 사회공헌금, 지역사회 투자, 협력업체와의 상생, 공급망의 사회적 책임 등이 포함된다. 지역사회와의 파트너십, 자원봉사, 사회적 약자 지원 프로그램 등도 평가에 반영된다.
이어 지배구조(G) 지표로는 이사회 내 여성·외부이사 비율, 전문성, 독립성 등 이사회 구성의 다양성이 주요 평가 항목이다. 이사회 내 위원회(감사, 윤리, 보상 등) 운영 실적도 평가에 포함된다. 윤리규범 및 준법경영 체계, 내부고발 시스템, 부패방지 정책 등 윤리 경영 정책도 평가 대상이다. 투명한 정보공시, 이해상충 방지, 주주 권익 보호 등도 주요 지표로 간주된다.
<표 1> 국내 대표 평가기관들의 평가지표 요약
ISO 14001부터 B Corp까지
ESG 경영의 신뢰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인증 제도가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국제 인증 및 보고 기준은 다음과 같다.
우선 ISO 14001(환경경영시스템)의 인증 요건을 살펴보면 조직의 환경정책 수립, 환경영향 평가, 법규 준수, 목표 및 실행계획 수립, 모니터링 및 개선 활동 등 환경경영시스템(EMS)의 구축과 운영이 요구된다.
획득 절차는 인증기관 선정 및 계약→문서 심사(1단계)→현장 심사(2단계)→시정조치 및 인증서 발급→사후 관리(정기 심사, 3년마다 갱신) 순이다. 이는 환경 리스크 관리, 법규 준수, 비용 절감, 기업 이미지 제고, 시장 진입 장벽 극복 등에서 효과를 발휘한다.
다음으로 GRI(글로벌 지속가능성 보고 이니셔티브)는 기업 및 조직이 환경, 사회, 지배구조(ESG) 등 지속가능성과 사회적 책임에 관한 정보를 투명하게 보고할 수 있도록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표준을 제공하는 비영리 기구다. 1997년 설립되어 가장 널리 사용되는 지속가능성 보고 프레임워크로, 기업들이 이해관계자에게 ESG 경영 성과를 체계적으로 공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GRI 표준은 모듈식 구조로 보편 기준, 산업별 기준, 주제별 기준으로 구성되어 있어 다양한 업종과 이슈에 맞게 적용할 수 있다. 영향, 중요 주제, 실사, 이해관계자 등 4대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보고서를 구성한다.
정확성, 균형성, 명확성, 비교가능성, 완전성, 지속가능성 맥락, 적시성, 검증 가능성 등 8대 원칙을 준수해서 보고해야 한다. 중대성 평가는 기업의 사업 특성과 이해관계자 요구를 반영해 가장 중요한 지속가능성 이슈(중요 주제)를 도출하고, 이에 대한 관리와 성과를 집중적으로 보고하는 것이다.
2024년 기준, 국내에서 ESG 보고서를 발간한 204개 기업 중 99%인 203곳이 GRI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대기업, 금융, 제조업 등 다양한 업종에서 GRI 기준이 표준처럼 자리잡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삼성, LG, SK, 롯데 등 주요 그룹이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LG전자는 2023-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GRI 표준 2021에 따라 작성했으며, SASB, TCFD 등 국제 기준도 병행 적용하고 있다. 중대성 평가를 통해 환경, 사회, 지배구조별 주요 이슈와 목표, 추진 활동, 성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매년 보고서를 발간해 이해관계자와의 신뢰를 높이고 있다.
이어 B Corp(비콥) 인증은 기업이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가치 창출을 동시에 추구함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국제 인증이다. 2007년 미국 비영리기관 B Lab이 개발한 이 인증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의 대표적 모델로, 전 세계 100여 개국 9,000여 개 기업이 인증을 획득하고 있다.
B Corp 인증의 주요 평가 항목과 절차를 살펴보면, 우선 지배구조, 직원, 지역사회, 환경, 고객 등 5대 영역에서 기업의 사회·환경적 영향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기업은 BIA(B Impact Assessment) 자가진단에서 200점 만점 중 80점 이상을 받아야 하며, 평가 결과와 관련 서류를 제출해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인증 후 평가 결과를 공개해야 하며, 모든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는 법적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 한국 기업은 B Corp 선언문에 서명하는 방식으로 법적 요건을 충족한다. 3년마다 재평가를 거쳐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받는다.
대표적 글로벌 사례로 파타고니아(아웃도어), 벤앤제리스(아이스크림), 다논(식품), 탐스(신발), 더바디샵(화장품), 영국 가디언(언론) 등이 있다. 국내에서는 토스뱅크, 오요리아시아, 닷(Dot) 등 30여 곳이 인증을 획득했으며, 사회적기업, 임팩트 투자사 등 다양한 업종에서 B Corp 인증이 확산되고 있다.
그 중 파타고니아는 환경 보호와 윤리적 생산을 기업의 핵심가치로 삼고, 매출의 1%를 자연보호 단체에 기부하는 등 사회·환경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B Corp 인증을 통해 글로벌 친환경 브랜드로서 신뢰를 공고히 했다.
한국의 경우, 오요리아시아는 빈곤 여성과 청년의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사회적기업으로, B Corp 인증 상위 10%에 해당하는 ‘Best for World’ 커뮤니티 부문에 선정되었다. 해외 진출과 투자 유치 과정에서 B Corp 인증이 신뢰와 경쟁력 확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또 다른 한국 사례로 닷(Dot)은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스마트워치 등 혁신적 제품을 개발하며, B Corp 인증을 통해 사회적 가치와 혁신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았다.
B Corp 인증의 효과는 단기 이익 극대화가 아닌,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가는 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받는 것이다. 투자자, 고객, 파트너 등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높이고, 글로벌 시장 진출 시 사회적 책임 기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인증 과정은 기업의 내부 프로세스와 경영 방향을 점검하고 개선하는 계기가 된다.
<표 2> B Corp 인증요건 (출처: 비랩)
국제 인증으로 ESG 신뢰 확보
이러한 국제적 인증·보고 기준은 기업의 ESG 경영이 객관적으로 검증됐음을 보여주며, 투자자·고객·협력사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높인다. 제3자 검증과 외부 평가를 통해 ESG 정보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강화된다.
ESG 성과는 신용평가, 투자 유치, 대형 거래처 확보 등에서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된다. 특히 MZ세대 등 젊은 소비자층은 ESG 경영을 브랜드 신뢰의 핵심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해외 바이어, 투자자들은 ISO 14001, GRI, B Corp 등 국제 인증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아, 인증 획득은 수출 및 해외 시장 진입의 필수 조건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국제 인증 준비 및 유지 과정은 내부 관리체계를 체계화하고, 데이터 관리와 리스크 대응 역량을 강화한다. 인증 이후에도 정기적인 심사와 보고를 통해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진다.
ESG 평가는 단순한 점수 산정이나 외부 홍보 수단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실현하고, 경영 리스크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며,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작용한다. 환경, 사회, 지배구조 각 분야의 주요 지표를 정교하게 관리하고, 국제적 인증 및 보고 기준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기업만이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적인 경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 향후 ESG 정보공시 의무화 등 제도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내부 프로세스의 혁신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는 기업만이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현창호 한국표준협회 전문위원·티오에스씨 이사
본 글은 미디어스트리트의 품질경영 2025년 7월호에서 발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