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을 이야기할 때 흔히 범하는 착각이 있습니다. "사고가 없으니 안전하다"라고 단정짓는 것입니다. 그러나 해당 현장의 안전담당자들과 대화해보면 "중대재해는 없었지만, 어딘가 불안하다"는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표면적으로는 안전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눈에 잘 띄지 않는 작은 위험 신호들이 현장 곳곳에 잠복해 있을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는 까닭입니다.
국제노동기구의 보고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3억 4천만 건의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더 주목할 점은 미국 산업안전보건청의 분석 결과로, 이 중 약 90%는 인적 요인이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즉, 동일한 장비와 안전 절차를 갖추고 있더라도, 결국 사람의 성향과 행동이 사고 발생 가능성을 결정적으로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사람의 어떤 특성에 주목해야 할까?
이스라엘의 심리학자 Zohar(1980)는 연구를 통해, 조직의 안전 문화와 구성원들의 안전에 대한 인식이 실제 사고 발생률과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음을 증명했습니다. 이는 구성원의 안전 성향을 이해하는 것이 효과적인 안전 관리의 출발점임을 시사합니다.
예를 들어, 규정을 철저히 준수하는 '절차 중심형' 직원은 일반적인 상황에서 사고 예방에 효과적입니다. 그러나 예상치 못한 돌발 상황에서는 신속한 대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반면 '유연 대응형' 직원은 위기 상황에서 창의적이고 신속한 판단력을 발휘하지만, 세부 절차나 규정을 간과하여 새로운 유형의 위험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안전장비 착용을 반복적으로 소홀히 하는 직원이 있다면, 이는 단순히 규정을 모르거나 무시하는 태도 때문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실제로는 "자신이 충분히 위험을 통제할 수 있다"는 과신 또는 "나에게는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낙관적 편향이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이러한 현상은 현장 경험이 풍부한 고경력 직원들에게서 자주 관찰됩니다.
개선을 위한 효과적인 도구 '안전 성향 검사'
이러한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개선하기 위해 조직이 활용할 수 있는 효과적인 도구가 있습니다. 바로 '안전 성향 검사'입니다. 이 도구를 통해 개인 행동의 심리적 이유인 안전 성향을 파악한 후, 맞춤형 교육과 개입 전략을 수립하면 구성원의 안전 행동을 보다 구체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진짜 안전한 현장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맞춤형 교육을 실시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구성원의 안전 성향과 행동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리더의 역할이 결정적입니다. 리더가 구성원 개개인의 안전 성향을 이해하고 적시에 피드백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은 변화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이런 안전을 위한 개입은 리더의 몫만이 아닙니다. 동료 간의 개입과 지원은 조직의 지원보다 2.8배 더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자신과 동료의 안전 성향을 이해하고 현장에서 불안전 행동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동료들의 역할은 현장의 안전 문화를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습니다.
결국 조직의 안전은 구성원 각자가 자신의 안전 성향을 이해하고 서로 보완하며 공동의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더욱 견고해집니다. 조직이 구성원의 안전 성향과 심리를 깊이 이해하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지속적으로 탐구한다면, 잠재적 위험 요소를 미리 파악하고 예방하여 지속 가능한 안전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전은 단순한 규정 준수나 사고 통계의 문제가 아닙니다. 그것은 조직 구성원들의 인식, 태도, 행동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화적 현상입니다. 안전 성향에 주목함으로써, 우리는 기존의 현장과 위험을 다르게 보고 더 효과적인 안전 관리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2025.05. 한국표준협회 수석전문위원 Ι 세이프티온 솔루션 이혜정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