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로봇, 어떻게 우리 곁에 왔을까?

작성일   |    2025.08.22 조회   |   23 작성자   |   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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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현장에서 인간의 손과 눈을 대신해온 산업용 로봇은 1960년대부터 꾸준히 발전을 거듭하며 제조업의 혁신을 이끌어왔다. 하지만 로봇의 빠른 보급과 함께 안전사고가 발생하면서 산업계는 새로운 도전과 해결책을 마주하게 되었다.


특히 최근 20년간은 ‘사람과 함께 일하는 로봇’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협동로봇(Cobot)의 등장으로 로봇 활용의 범위가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앞으로 로봇의 지능화와 다양한 산업 적용이 기대되는 만큼, 안전과 기술 발전을 위한 지속적인 협력이 필요하다. [사진=셔터스톡]


산업용 로봇의 근간이 되는 기하학적 구조, 동력원, 센서, 제어 기술 등은 1960년대와 1970년대에 주로 개발되었다. 당시 로봇은 단순하고 제한적인 작업만 수행할 수 있었지만, 자동차 제조업 등 대규모 산업 현장에 적용되기 시작하며 생산성 향상의 혁신 도구로 각광받았다.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제어 컴퓨터의 연산능력과 소프트웨어 기술이 급격히 발전했고, 로봇의 속도와 정확도는 크게 향상되었다. 이 시기에는 일본, 미국, 유럽을 중심으로 수많은 로봇 제조사가 시장에 뛰어들었으며, 산업용 로봇의 상업적 가능성이 폭넓게 인정받았다.


국내 산업용 로봇의 도입은 1978년 현대자동차가 일본에서 수입한 스팟 용접 로봇을 시작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1982년까지 국내에서 가동된 로봇은 약 10대에 불과했다.


이후 KAIST(한국과학기술원)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등에서 연구용 로봇 개발이 활발히 이루어졌으며, 1985년부터 현대자동차는 일본과 기술제휴를 통해 로봇을 조립·생산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에는 현대중공업이 6축 다관절 로봇 ‘H-120’을 개발했고, 대우중공업은 1984년 소형 5축 로봇 ‘NOVA-10’을 개발하여 미국에 수출하기도 했다. 또한 삼성전자와 LG산전은 전자조립용 로봇을 개발하여 VCR 생산라인에 적용했다.


1990년대 일본의 버블경제 붕괴와 아시아 외환위기 등의 영향으로 기업들의 자동화 투자 기준이 엄격해졌다. 이에 따라 산업용 로봇 시장은 잠시 위축되었고,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다수의 로봇 기업이 도산하기도 했다.


이런 어려운 시기는 오히려 로봇의 본질적 가치와 성능을 깊이 있게 검토하는 계기가 되었다. 신기술 개발보다는 속도, 정확도 등 기본 성능의 향상과 산업별 특화가 이뤄졌으며, PC와 정보기술의 발전 덕분에 로봇 컨트롤러의 능력이 크게 강화되어 한층 완성도 높은 제품들이 등장했다.


자동차 산업에 특화된 중대형 로봇과, 전자 산업 조립·피킹 작업에 적합한 중소형 로봇이 분화되었고, 반도체 웨이퍼 처리, 평면 패널 디스플레이용 클린룸 로봇 등 특수목적용 로봇도 개발되어 산업의 세분화된 요구를 만족시켰다.


한국 역시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대기업들이 로봇 사업에서 철수하면서, 로봇 산업은 침체기를 겪었다. 하지만 이 시기에 대기업 출신의 엔지니어들이 벤처기업을 설립하여 로봇 산업의 발전에 기여했다.


2000년대에도 산업용 로봇의 혁신은 기존 로봇 기술의 진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로봇 크기는 산업 현장에 맞춰 대형화·경량화 양극단으로 발전했고, 사람과 협업할 수 있는 ‘협동로봇’의 가능성이 점차 현실로 다가왔다.


특히 2003년 덴마크 레고랜드에 설치된 500kg급 6축 다관절 로봇을 활용한 놀이기구는 산업용 로봇이 제조 현장을 넘어 대중의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온 첫 사례로 기록되었다.


대형 로봇은 자동차 엔진 블록, 금속·석재·콘크리트 처리, 선박 및 항공기 제조 현장에서 중량물 작업을 담당하며 산업 효율성을 크게 높였다.


반면, 독일 회사 쿠카(KUKA)가 2004년 개발한 ‘LBR 3’과 같은 16kg급 경량 로봇은 에너지 효율성과 설치·유지보수의 간편함으로 전통 제조업뿐 아니라 비제조 산업 분야로 로봇 활용의 지평을 넓혔다.



로봇 안전사고와 협동로봇의 등장


그러나 산업용 로봇의 빠른 보급과 함께 안전 문제는 언제나 큰 숙제였다. 1979년 미국 포드 공장에서 발생한 최초의 로봇 사고 사망 사건은 로봇 교육과 안전 조치 미흡으로 인해 발생했다. 일본에서도 1981년 카와사키 공장에서 유니메이트 로봇에 의한 사망 사고가 보고되었다.


무거운 로봇이 작업자와 충돌하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만큼, 산업 현장에서는 펜스 등 보호 방책이 의무화되었으며, ISO(국제표준화기구)는 2006년 산업용 로봇의 안전 설계와 운용에 관한 표준(ISO 10218-1, 2)을 제정해 제조사와 사용자 모두의 안전 책임을 규정했다. 비상정지 장치 설치와 다양한 센서 기반 방호 시스템 역시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2000년대 후반 등장한 협동로봇은 이러한 안전 문제에 대한 혁신적인 해법을 제공했다. 경량화 기술과 고도화된 센서 기술을 바탕으로, 안전 펜스 없이 작업자와 같은 공간에서 협업할 수 있는 로봇이 가능해진 것이다.


2008년 덴마크 유니버설로봇(UR)이 출시한 ‘UR5’는 이러한 협동로봇의 대표주자로 평가받으며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협동로봇은 빠른 설치, 작은 설치 공간, 쉬운 프로그래밍, 유지보수 용이성, 낮은 초기 투자비용과 높은 투자 회수율을 특징으로 하여, 특히 중소기업과 다양한 비제조 산업 분야에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2023년 기준 전체 산업용 로봇 시장의 약 10%를 차지하며, 향후 성장 가능성도 매우 크다.


산업용 로봇은 단순히 기계 장비가 아니라, 제조 혁신과 더불어 안전하고 인간 친화적인 작업 환경을 조성하는 핵심 기술로 자리매김했다. 특히 협동로봇의 발전은 로봇과 인간이 공존하며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새로운 작업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


향후 로봇은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컴퓨팅 등 첨단 IT기술과 융합되어 더욱 지능화·자율화될 전망이다. 또한 비제조 분야, 예를 들어 의료, 농업, 서비스업 등 다양한 산업에서 로봇이 생활과 산업 전반에 깊숙이 침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로봇 안전 문제는 여전히 중요한 과제로 남아 있다. 끊임없는 안전 기술 개발과 표준화, 법·제도 정비, 작업자 교육 강화가 필수적이며, 사람과 로봇이 조화롭게 협업하는 미래를 위해 산업계, 학계, 정부가 긴밀히 협력해야 할 것이다.


 


신동민 기자 sdm@mediastreet.co.kr

진주영 기자 jjy@mediastreet.co.kr




본 글은 미디어스트리트의 품질 그리고 창의 2025년 8월호에서 발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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