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게 공손히?” 호모 프롬프트의 논쟁

작성일   |    2025.08.12 조회   |   30 작성자   |   최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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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프롬프트(Homo Promptus)는 AI와 함께 협력하며 지식을 창출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갖춘 새로운 인간을 지칭한다. 지난 4월, 국내 월간 챗GPT 사용자 수가 처음으로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이러한 혁신적 변화는 개인에 국한되지 않는다. AI가 기업 전략과 조직 문화를 근본부터 바꾸는 시대, 리더십의 역량은 AI 이해에서 시작된다. 혁신의 흐름을 주도하고 생존 경쟁에서 앞서가기 위해, 경영진 또한 ‘호모 프롬프트’가 되어야 한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공손한 표현이 챗GPT 운영 비용과 환경 부담을 키운다’고 밝혀, 정중한 요청을 둘러싼 논쟁이 일었다. [사진=셔터스톡]


 

‘검색’ 대신 ‘질문’을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구글과 네이버 등 검색 엔진은 30년 가까이 시장을 점유하며 ‘온라인 관문’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다양한 AI 챗봇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기존 검색 엔진의 영향력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MZ세대는 검색 엔진보다 챗GPT 등 챗봇 서비스를 선호하는 경향이 특히 두드러진다. 대학생활 플랫폼 에브리타임 운영사 비누랩스가 지난 2월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7명이 정보 검색, 보고서 작성 등을 위해 AI 서비스를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 방식 중 1위는 정보 검색(66.7%)이며, 리포트 작성(59%)이 뒤를 이었다. 비누랩스는 “대학생의 검색 트렌드가 검색 엔진에서 유튜브를 거쳐 이제는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구글의 영향력은 조금씩 떨어지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전 세계 검색 시장에서 줄곧 점유율 90% 이상을 유지하던 구글은 지난해 10월, 2015년 이후 처음으로 90% 이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 4월 점유율 역시 89.65%를 기록하며 90%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원리틀웹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글로벌 검색 엔진 상위 10곳의 트래픽은 전년 동기 대비 0.51% 감소했다. 반면 AI 챗봇 트래픽은 같은 기간 80.92% 급증했다. 시장조사 업체 가트너는 AI 챗봇으로 인해 오는 2026년까지 검색 엔진 시장 규모가 25% 감소한다고 예측했다.


애플의 서비스 부문 책임자(부사장) 에디 큐도 지난 5월 7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진행된 구글의 온라인 검색 시장 반독점 재판에 나와 이러한 현상을 인정했다. 에디 큐 부사장은 “지난 4월 사파리(애플의 웹 브라우저)의 검색량이 처음으로 감소했다”며 “이는 사람들이 AI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된 결과”라고 말했다.


큐 부사장은 이어 “오픈AI, 퍼플렉시티 AI, 앤스로픽 등 AI 기업들이 결국 구글 검색 엔진을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해당 기업의 AI 서비스를 아이폰 등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애플은 현재 자사 음성비서 ‘시리’에 챗GPT를 탑재했고, 올해 말에는 구글의 제미나이를 추가할 전망이다.


이처럼 AI를 통한 검색이 증가한 이유는 텍스트 기반인 기존 검색 엔진의 한계가 뚜렷해졌기 때문이다. 키워드에 맞춘 웹페이지를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는 검색 엔진과 달리 AI 서비스는 단순 요약은 물론 PPT, 보고서 등 이용자가 원하는 형태로 정보를 재구성한다. 텍스트 검색의 한계는 AI 플랫폼 등장 이전에도 이미 나타났다. 유튜브가 대중화되면서 기존 검색 엔진 대신 조금 더 직관적인 유튜브의 영상 콘텐츠를 찾는 이들이 크게 늘었다.


주요 AI 기업들은 소비자 니즈를 파악해 새로운 검색 서비스를 속속 내놓으며 더욱 매섭게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앤스로픽은 지난 5월 7일 자사 AI 모델 ‘클로드’에 실시간 웹 검색 기능을 탑재한 새로운 API를 공개했다. 개발자들은 이를 활용해 최신 정보나 전문 지식을 검색하는 도구를 만들 수 있다.


오픈AI도 지난해 챗GPT ‘서치’ 기능을 선보였다. AI에 질문을 입력하면 전체적인 맥락을 고려해 답변을 제시하고, 관련 출처도 함께 첨부한다. 퍼플렉시티도 ‘딥리서치’ 기능을 통해 방대한 양의 내용을 검색하고, 전문가 수준의 분석 결과를 제공한다.


한편 구글과 네이버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AI를 통한 응답형 검색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텍스트 검색 방식만으로는 이용자 이탈뿐 아니라 검색 기반 광고 수익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구글은 검색 페이지 상단에 ‘AI 개요’로 핵심 정보와 링크를 표시하고 있으며, 향후 자사의 AI 모델 제미나이 연동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역시 지난 3월부터 요약 결과를 제공하는 ‘AI 브리핑’ 기능을 도입했다. 연내 전체 쿼리의 10% 이상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새로운 세대의 AI 활용법


대인관계보다 SNS를 통한 온라인 소통에 익숙한 MZ세대는 관계 및 감정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AI를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AI 챗봇과 대화를 통해 위로와 격려를 받았다고 털어놓는 이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관계를 그린 영화 속 ‘사만다’가 점점 현실로 나타나는 것이다.


MZ세대는 불안하거나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친구나 가족 혹은 상담가와 나눠야 할 속 이야기를 AI와 나눈다. AI를 ‘좋은 친구’이자 ‘디지털 상담소’처럼 이용하는 것이다. SNS에는 “별 기대 없이 토로했는데, 상담 내용이 기대 이상”이라며 “심적 위안을 얻었다”는 후기가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또한 챗GPT 유료 서비스를 이용하면 더욱 깊이 있는 정신 상담이 가능하다는 게시물이 큰 공감을 받기도 하고, 효과적인 상담을 위한 질문 프롬프트까지 유행처럼 공유되고 있다.


AI를 통한 정신 상담 사례가 늘자 새로운 세대의 AI 활용법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도 증가하고 있다. 특히 국내 통신 3사의 행보가 눈에 띈다.


LG유플러스의 AI 기반 마음 관리 플랫폼 ‘답다(답장받는 다이어리)’가 대표적이다. 답다는 고객이 자신의 감정을 일기로 작성하면 AI가 이를 분석해 답장을 보내주는 서비스다. SK텔레콤은 영상 인식 AI를 통해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을 분석하고 전문가 돌봄을 제공하는 ‘케어비아’, AI 상담사가 전화를 걸어 대상자의 안부를 확인하는 ‘AI 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KT는 마음 상태를 자가 점검하고, 고위험군은 의료기관으로 연결해 주는 AI 기반 정신건강 플랫폼 구축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다.


통신 3사의 사업 영역 확장은 높은 시장성에 기반하고 있다. 실제로 리서치 기관 폴라리스마켓리서치는 AI 기반 정신건강 관리 시장 규모가 지난해 12억 달러(약 1조 6,500억 원)에서 오는 2032년 103억 달러(약 14조 1,700억 원)까지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리서치 업체 글로벌인포메이션은 2023년에서 2032년 사이 정신건강 분야 AI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을 22.3%로 추산하기도 했다.


챗GPT 등 AI 서비스는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맞춤형 친구를 만들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여러 차례의 질문을 거치면서 나에 대한 기본 정보는 물론 말투까지 학습하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MZ세대는 감정을 배출하고 해소하는 ‘대나무숲’처럼 AI를 이용하거나, 운동 루틴이나 식단을 관리하는 건강 코치로 활용한다. 사주풀이, 운세 등을 확인하거나 ‘지브리 스타일 사진 제작’ 등 유행하는 AI 활용법을 놀이로 즐기기도 한다.


최근 틱톡에서 유행한 ‘AI 필터 반려동물 버전 챌린지’도 대표적인 예시다. 반려동물의 얼굴에 AI 필터를 입히면 사람처럼 손발을 움직이며 춤을 추는 영상을 구현해 준다.



AI에게 공손해야 할까?


AI를 실제 지인보다 각별한 존재로 여기는 경향이 두드러지자 흥미로운 논쟁이 발생하기도 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최근 한 이용자가 SNS를 통해 남긴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챗GPT 사용 시) 부탁합니다(Please)와 고마워요(Thank you)를 쓰면 수천만 달러의 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AI를 사람처럼 정중하게 대해야 하느냐”는 논제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실제로 미국 미디어그룹 퓨처가 지난해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AI 서비스를 이용해 본 미국인 중 67%는 AI에게 공손하게 말한다고 답했다.


AI에 공손하게 말한다는 응답자 중 80% 이상이 “공손한 어투로 말하는 것이 좋은 일이기 때문”이라고 답했고, 18%는 “AI의 반란이 일어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는 흥미로운 응답을 내놓기도 했다. 공손하게 말하지 않는다는 응답자 33% 중 과반수는 “기계에게 공손하게 대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의견이었다.


공손한 표현을 줄여야 하는 가장 큰 이유로 는 전력 낭비로 인한 ‘환경 파괴’가 꼽힌다. 챗GPT 등 AI 서비스는 사용자가 질문을 할 때마다 서버에서 응답을 만들어 내기 위해 데이터를 처리한다.


이때 입력하는 단어가 늘어날수록 처리할 데이터가 증가하고, 서버가 위치한 데이터센터에서 소모되는 전력이 늘어난다. 따라서 AI 가동에 필요한 전기를 만드느라 탄소 배출이 덩달아 늘고, 기후 위기가 심각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답변 품질을 위해 공손한 표현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일본 와세다대학교 연구진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의 언어로 일명 ‘무례한’ 프롬프트를 사용한 결과, 오류가 많고 정보가 누락되는 등 응답 품질이 낮게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영어와 중국어의 경우 적당한 수준의 정중함이 가장 효과적이었고, 일본어에서는 공손한 표현이 더 우수한 응답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커티스 비버스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 디자인팀 총괄은 “생성형 AI는 사용자가 제공하는 프롬프트의 전문성, 명확성, 그리고 세부 사항의 수준을 그대로 반영한다”며 “구체적이고 정중한 표현을 사용하면 응답의 품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덧붙였다.



연봉 4억 이상의 유망 신직업


공손함과 관련된 논쟁의 본질은 결국 AI와 소통하는 수단인 ‘프롬프트’의 올바른 사용법이다. 프롬프트는 AI와 소통하기 위해 사용되는 텍스트 기반의 명령어나 질문을 의미한다. 생성형 AI가 도출하는 결과물의 품질은 프롬프트의 정밀도에 달려 있다.


같은 의도를 가진 질문이라도 “이 문서들을 요약해 줘” 대신 “이 문서들을 유사 항목별로 분류한 뒤, 목차를 포함해 각 항목당 1,000자 내외로 요약해 줘”라고 묻는다면 훨씬 정교하고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게 된다. 진정한 ‘호모 프롬프트’가 되기 위해서는 프롬프트를 올바르게 쓸 줄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이렇듯 생성형 AI를 통해 사진, 영상, 텍스트 등 원하는 결과를 정확히 얻기 위해 프롬프트를 효과적으로 구성하는 기술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이라고 부른다.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프롬프트를 전략적 대화이자 창작 설계도로 정의하고 지시문을 연구한다. 이러한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은 AI가 엉뚱한 답변을 내놓는 ‘할루시네이션’ 현상 방지와 성과 창출에 도움을 준다.


실제로 여러 글로벌 기업이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채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챗GPT 등장 당시 블룸버그통신은 프롬프트 엔지니어를 연봉 33만 달러(약 4억 원) 이상의 고액을 받을 수 있는 유망 신직업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AI는 조직 구성과 근로자의 업무 환경에 피할 수 없는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 업무 역량 향상을 위해 AI를 제대로 쓰고 싶다면 ‘놀이’처럼 시도하며 습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재은 마이크로소프트 미국 본사 시니어 탤런트 매니저는 지난 5월 19일 개최된 ‘원티드 하이파이브 2025’ 행사를 통해 “전사 차원의 교육만큼 중요한 것이 근로자 개인이 AI에 대한 호기심과 실험정신을 가지는 것”이라며 “실제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조사에 따르면 코파일럿을 가장 잘 활용하는 이들은 기술 전문가가 아니라 AI를 매일 실험하고 탐색하며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사용자였다. 그러니 놀이하듯이 시도하고, 실패하며 AI에 대해 배우라”고 강조했다.


 


신동민 기자 sdm@mediastreet.co.kr

진주영 기자 jjy@mediastreet.co.kr



본 글은 미디어스트리트의 품질경영 2025년 7월호에서 발췌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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